1편에서 일본이 등심과 안심만 가져가고 한국에는 삼겹살·내장·머리·발·껍데기가 남았다는 사연을 풀어 드렸어요. 그 흐름이 그대로 한국 식탁의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서양에서는 거의 안 먹는 돼지 머릿고기·족발·곱창·막창·오소리감투가 한국에서는 어엿한 술안주이자 별미가 됐죠.
오늘은 그 부속과 내장을 한 번 정리해 드릴게요.
돼지고기 2편이에요. 1편 구이 부위와 삼겹살 유래에 이어 오늘은 내장·부속과 수육·편육·보쌈을 정리합니다. 한돈자조금·당당뉴스·미트러버뉴스 자료를 종합했어요. 소고기 시리즈 1편 구이·2편 국·찜·장조림·3편 내장·4편 육회와도 함께 보시면 좋아요.
뒷고기 — 김해 도축장에서 시작된 부산 술안주
경상도 분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뒷고기"라는 메뉴 이름이요. 부산·울산·김해·창원·마산 일대에서 자주 보이는 메뉴인데, 이름의 유래가 흥미로워요.
뒷고기의 원조는 김해시 주촌면이에요. 그 곳 돼지 도축장에서 뽈살, 턱살밑살, 귓밑살, 두항정 같은 부속 고기가 많이 나왔고, 인근 대포집에 흘러가서 술안주로 팔린 게 시작이에요.
"뒷고기"라는 말의 뜻은 "뒤로 나가는 고기"예요.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는 고기라는 의미죠.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어요. 도축업자들이 정형 과정에서 남는 잡육을 뒤로 빼돌렸다는 설이 하나, 돈이 없는 손님들이 정식으로 안 팔리는 자투리 고기를 뒷문으로 사 갔다는 설이 또 하나예요. 어느 쪽이든 "정식 통로가 아닌 뒤쪽으로 흘러간 고기"라는 점은 같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뒷고기라고 팔리는 부위는 대부분 돼지머리에서 나오는 부속이에요. 한 마리당 1.5kg 정도 나오는데 자르는 방식에 따라 이름이 갈려요.
| 이름 | 실제 위치 | 특징 |
|---|---|---|
| 뽈살 | 볼, 관자놀이 | 지방 적음, 쫄깃 |
| 두항정 | 돼지머리 쪽 항정살 | 마블링 풍부, 부드러움 |
| 삼각살 (설하살) | 혀 밑 | 미식가 부위, 자주 못 봄 |
| 콧등살 | 코 위 | 희소 부위, 식감 독특 |
| 꼬들살 (덜미살) | 목덜미 | 꼬들꼬들한 식감 |

족발과 머릿고기 —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국인이 돼지를 정말 알뜰하게 먹는 민족이라는 걸 보여주는 부위들이에요. 서양에서는 거의 버려지거나 가공식품 원료로만 쓰이는 부위가 한국에서는 어엿한 메인 메뉴로 올라옵니다.
| 부위 | 위치 | 대표 음식 |
|---|---|---|
| 족발 | 앞발·뒷발 | 족발 조림 (앞발이 콜라겐 더 많아 비쌈) |
| 머릿고기 | 머리 살코기 | 편육, 모듬 안주 |
| 껍데기 | 피부 | 구이, 졸임 (콜라겐 효과는 사실 미미) |
| 꼬리 | 꼬리뼈와 살 | 꼬리찜, 곰탕 |
| 도가니 | 무릎관절 | 찜, 탕 |
족발은 길이에 따라 단족과 장족으로 나뉘는데, 앞발에 콜라겐이 더 많이 분포해 있어서 뒷발보다 비싸요. 껍데기는 흔히 "콜라겐 때문에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양학적으로는 사실과 거리가 있어요. 먹은 콜라겐이 그대로 피부 콜라겐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아미노산처럼 분해되거든요. 그래도 쫀득한 식감과 소주의 궁합 때문에 술안주로는 사랑받는 부위죠.
내장 부위 — 곱창·대창·막창·오소리감투
소고기 3편에서 한 번 짚었지만, 돼지 내장 부위를 한 번 더 정리해 드릴게요. 같은 "막창"이라도 소와 돼지는 완전히 다른 부위라는 점이 가장 중요해요.
| 부위 | 실제 위치 | 한 마리당 | 특징 |
|---|---|---|---|
| 오소리감투 | 위 (1개) | 약 300g | 고소함, 쫄깃 |
| 돼지 곱창 (소창) | 소장, 15~20m | 1.2~1.8kg | 곱(소화액) 풍부 |
| 돼지 대창 | 대장 | 1.8~2.0kg | 지방 많음, 누린내 강함 |
| 돼지 막창 | 대장 끝(직장) | 250~300g | 쫄깃, 양 적어 비쌈 |
| 염통 | 심장 | 약 250g | 잡냄새 적음, 쫄깃 |
| 허파 | 폐 | 약 600g | 폭신, 순대 부속 |
| 간 | 간 | 약 1.2kg | 철분 풍부, 순대 부속 |
| 울대 | 식도 | 약 100g | 쫄깃, 순대 부속 |

오소리감투는 돼지의 위예요.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는데 두 가지 설이 있어요. 너무 맛있어서 도축할 때 사람들이 몰래 빼돌리는 일이 잦아 마치 오소리굴에 숨어 버린 듯 찾아보기 어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하나, 돼지를 잡을 때 위를 누가 차지할지 다툼이 벌어지는 모양새가 모자(감투)를 두고 싸우는 모양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또 하나예요. 어느 쪽이든 "맛있어서 다툼이 났던 부위"라는 점은 같습니다.
흥미 코너 — 양념곱창볶음의 진짜 정체
배달앱에서 자주 시키는 "양념곱창볶음"이 사실 곱창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아마도 배달음식으로 먹는 양념곱창볶음은 모두 대창볶음이다.
— 당당뉴스 칼럼
돼지 대창은 한 마리에 약 2kg이 나오는데 분변이 지나가던 통로라 누린내가 강해 손질이 까다로워요. 그대로 구워 팔기 어렵죠. 그래서 강한 양념과 들깨가루·깻잎·마늘 같은 향이 센 채소와 함께 볶아서 "곱창볶음" 이름으로 파는 거예요. 진짜 곱창(소장)은 한 마리에 1.2~1.8kg만 나오고 가격이 더 비싸서 배달 가격대 메뉴에 쓰기 어려워요. 사기는 아니지만 알고 드시는 것과 모르고 드시는 것은 차이가 있죠.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 돼지 소창(소장)은 한국이 유럽에 수출하고 있어요. 전북 정읍의 한 업체가 소시지 껍질용으로 쓰는 "케이싱"을 알바니아에 연간 550톤씩 수출 중이에요. 식탁 위에서는 별것 아닌 부위가, 유럽 가공식품 공장으로 가면 핵심 원자재가 되는 셈이에요.
수육·편육·보쌈은 어떻게 다를까
이건 정말 많이들 헷갈리시죠. 같은 삶은 돼지고기인데 이름이 왜 이렇게 다양한지 한 번 정리해 드릴게요.
| 이름 | 핵심 차이 | 주로 쓰는 부위 |
|---|---|---|
| 수육 | 고기를 삶아 물기를 뺀 상태 그대로 | 삼겹살, 목살, 앞다리 |
| 편육 | 수육을 얇게 저며 낸 것 | 머릿고기, 양지 |
| 보쌈 | 수육 + 김치 + 쌈채소 조합 상차림 | 목살, 삼겹살 |
| 돔베고기 | 제주식 수육, 도마(돔베)에 통째 올려 냄 | 오겹살, 흑돼지 |
핵심을 한 줄로 정리하면,
수육은 조리법이고 편육은 형태이고 보쌈은 상차림이에요. 같은 삶은 고기라도 그대로 내면 수육, 얇게 저며 내면 편육, 김치와 쌈 채소를 곁들이면 보쌈이 되는 거죠.
한 가지 의외인 사실이 있어요. "보쌈"이라는 말의 원래 뜻은 사실 고기가 아니라 김치예요. 절인 배추 잎으로 김칫소를 보자기처럼 싸서 만든 김치가 원조 보쌈, 즉 "보쌈김치"였어요. 김장하는 날 양반이 일꾼들에게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베푸는 풍습이 자리를 잡으면서, 수육과 보쌈김치가 함께 나오는 상차림 전체를 어느 순간부터 "보쌈"이라 부르게 된 거예요. 이름은 김치 쪽에서 왔는데, 지금은 고기가 주인공이 됐죠.
제주의 돔베고기도 짚어둘 만해요. "돔베"가 제주말로 도마예요. 삶은 흑돼지 오겹살을 도마째 통째로 내어 그 자리에서 썰어 먹는 제주식 수육이죠. 절기마다 마을에서 돼지를 잡고 추렴해 먹던 제주 전통이 그대로 식당 메뉴로 자리 잡은 풍경이에요.
마무리
1편과 2편을 합쳐 보시면 한 가지 그림이 분명해져요. 한국인이 돼지고기를 즐기게 된 건 약 50년 새 일어난 변화인데, 그 짧은 시간에 한국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에서 항문까지, 살코기에서 껍데기까지 거의 모든 부위를 식탁에 올렸다는 사실이에요.
일본이 안 가져간 부위 그대로 식탁에 풍부하게 자리 잡으면서, 알뜰함과 발효 양념 문화와 술 안주 전통이 만나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부속 음식이 만들어졌죠. 다음에 곱창집·뒷고기집·보쌈집 메뉴판 앞에 서실 때 한 번만 떠올려보세요. 우리가 무심코 먹는 한 점이 사실은 60~70년 전 누군가가 처음 "이거 한 번 먹어보자" 시도했던 결과라는 사실을요.
소고기 4부작과 돼지고기 2부작을 합쳐 한국인의 고기 부위 지도가 닫혔어요. 다음에 정육점이나 고깃집 메뉴판 앞에서 망설이실 일이 한결 줄어드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