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붕장어랑 갯장어가 뭐가 달라?"
"꼼장어랑 먹장어는 같은 거야?"
"민물장어랑 풍천장어는?"
솔직히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 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횟집에서 "아나고 주세요" 하면서 그게 정확히 뭔지도 모르고 주문했었으니까요.
오늘 이 글 하나로, 장어라는 이름이 붙은 녀석들의 정체를 깔끔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에 꽤 충격적인 반전이 하나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먼저, 큰 그림부터 잡겠습니다
한국에서 "장어"라는 이름이 붙은 생물은 크게 네 종류입니다.
| 이름 | 다른 이름들 | 서식지 | 일본어 이름 |
|---|---|---|---|
| 뱀장어 | 민물장어, 풍천장어 | 민물 (태어나고 산란은 바다) | 우나기(うなぎ) |
| 붕장어 | 바다장어, 아나고 | 바다 | 아나고(あなご) |
| 갯장어 | 하모, 개장어 | 바다 | 하모(はも) |
| 먹장어 | 꼼장어, 곰장어 | 바다 | 누타우나기 |
이 네 가지가 전부 "장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사실 이 중 하나는 장어가 아닙니다. 심지어 물고기도 아닙니다. 어떤 녀석인지는 아래에서 공개합니다.
뱀장어 — 우리가 "장어구이" 할 때 바로 그 장어
"장어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한국인 대부분이 떠올리는 바로 그 장어입니다. 풍천장어집에서 숯불에 굽는 바로 그것이요.
뱀장어라는 이름은 생김새가 뱀을 닮았다고 해서 붙었습니다.

등 쪽은 짙은 갈색이나 흑갈색, 배 쪽은 은갈색이에요.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으로 나와 있는 게 외형적 특징입니다.
"민물장어"라고 불리지만, 사실 평생 민물에서만 사는 건 아닙니다. 바다에서 태어나서 → 민물로 올라와서 성장하고 → 산란할 때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신기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순수 민물고기라고 하기엔 좀 애매합니다.
"풍천장어"라는 말은 충남 풍천 지역에서 잡히는 뱀장어를 가리키는 것인데, 요즘은 뱀장어 전체를 풍천장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일반 명칭이 된 셈이지요.
먹는 방법은 구이가 대표적입니다. 일본에서는 장어덮밥(우나동)으로 유명하고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뱀장어의 피에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습니다. 날로 먹으면 구토나 혈변을 유발할 수 있어요. 그래서 뱀장어는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합니다. 열을 가하면 독성이 사라지거든요.
붕장어 — 횟집에서 "아나고요" 하면 나오는 바다장어
붕장어는 순수 바다장어입니다.
일본어 이름 "아나고(穴子)"로 더 익숙하실 분이 많을 거예요. "穴子"는 "구멍 속의 녀석"이라는 뜻인데, 해저 바닥에 구멍을 뚫고 숨어 사는 야행성 습성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한국어 "붕장어"도 같은 습성에서 유래했어요.

외형적으로는 몸통을 따라 가로로 흰색 점이 줄지어 있는 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이걸로 다른 장어와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먹는 방법이 독특합니다. 회로 먹을 때는 수분을 완전히 제거해서 내놓아요. 횟집에서 아나고 회를 보면 "왜 이렇게 바짝 말랐지?" 하실 텐데, 이게 의도적인 겁니다. 붕장어 역시 피에 독성 물질이 있어서, 수분에 남아 있는 혈액까지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바짝 마른 상태로 회를 내놓는 겁니다.
구이로도 많이 먹고, 일본에서는 초밥 위에 올려 아나고즈시로 먹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세꼬시 형태로도 즐겨먹습니다.
가격은 갯장어보다 저렴해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바다장어예요.
갯장어 — 일본에서 "하모" 하면 고급 요리, 가장 비싼 장어
갯장어는 장어류 중에서 가장 비쌉니다. 일본어로 "하모(はも)"라고 하며, 일본 교토의 여름 별미로 유명해요.
"갯장어"라는 이름의 "갯"은 갯벌이 아니라 "개(犬)"에서 따온 말입니다. 날카로운 이빨이 개를 연상시킨다고 해서요.

옛 문헌에서는 "견아리(犬牙鱺)", 즉 "개이빨을 가진 뱀장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성질이 대단히 사나워서 뭍에 올려놓으면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고 해요.
외형적 특징은 날카로운 이빨, 입 옆의 수염, 기다란 주둥이입니다. 붕장어의 흰 점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주로 남도 지방에서 샤브샤브나 회로 먹습니다. 맑은 국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 갯장어 샤브샤브가 대표 요리예요.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갯장어가 잡히는 즉시 전량 일본 본토로 공출됐을 정도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특히 섬진강 갯장어는 과거 일본의 하모 요리 재료로 많이 수출되었습니다.
먹장어 = 꼼장어 = 곰장어 — 여기서 충격적인 반전이 등장합니다
부산이나 경상도에서 "곰장어 먹으러 가자", "꼼장어 소금구이" 하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이 꼼장어의 정식 이름이 바로 먹장어입니다. "먹장어"라는 이름은 눈이 퇴화해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여 "먹(墨, 어두운)"에서 따왔어요.

그런데 이 녀석, 사실 장어가 아닙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물고기도 아닙니다.
위에서 소개한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는 모두 경골어류(뼈가 있는 물고기)입니다. 척추뼈가 있고, 지느러미가 있고, 턱이 있어요. 반면 먹장어는 척추뼈가 없습니다. 원시적인 척색만 가지고 있어요. 지느러미도 없고, 턱도 없습니다. 대신 빨판 구조의 입을 가지고 있지요.
생물학적으로 먹장어는 "무악류(턱이 없는 동물)"에 속합니다. 현존하는 가장 원시적인 척추동물 중 하나로, 5억 년 전 화석에서도 비슷한 형태가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생물이에요. 물고기라기보다는 물고기가 되기 이전 단계의 생물에 가깝습니다.
외형도 다른 장어와 확연히 다릅니다. 색깔이 불그스름하고, 몸 전체가 미끌미끌한 점액으로 덮여 있어요. 위협을 받으면 엄청난 양의 점액을 분비하는데, 이 점액이 물을 만나면 순식간에 불어나서 포식자의 아가미를 막아버립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국인이 "꼼장어 소금구이"라고 부르며 맛있게 먹고 있는 그 음식은, 생물학적으로 물고기가 아닌 5억 년 된 원시 생물을 구워 먹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예요.
물론 맛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꼼장어를 먹게 된 이유에는 또 다른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 원시 생물을 한국인만 유독 즐겨 먹게 된 배경에는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얽혀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세요.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 꼼장어를 먹는 이유 — 일제강점기에서 시작된 안타까운 사연
포장마차 의자에 앉아서, 꼼장어구이에 소주 한 잔. 중장년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기름 냄새 자욱한 철판 위에서 꼼지락거리며 익어가는 꼼장어를 가위로 잘라 한 입. 그 쫄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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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장어 vs 민물장어, 한 장으로 정리
| 구분 | 뱀장어 (민물장어) | 붕장어 (아나고) | 갯장어 (하모) | 먹장어 (꼼장어) |
|---|---|---|---|---|
| 서식지 | 민물 (산란은 바다) | 바다 | 바다 | 바다 |
| 생물 분류 | 경골어류 (물고기) | 경골어류 (물고기) | 경골어류 (물고기) | 무악류 (물고기 아님!) |
| 외형 특징 | 뱀 닮음, 아래턱 돌출 | 몸에 흰 점 줄 | 날카로운 이빨, 수염 | 불그스름, 눈 퇴화 |
| 대표 요리 | 숯불구이, 장어덮밥 | 회(바짝 말린), 초밥 | 샤브샤브, 회 | 소금구이, 볶음 |
| 가격대 | 높음 | 중간 | 가장 비쌈 | 저렴 |
| 피 독성 | 있음 (반드시 익혀야) | 있음 (회는 수분 제거) | 있음 | 없음 |
| 일본 이름 | 우나기 | 아나고 | 하모 | 누타우나기 |

횟집·식당에서 헷갈리지 않는 3초 구분법
눈으로 보고 바로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 몸통에 흰 점이 줄줄이 있으면 → 붕장어 (아나고)
- 이빨이 날카롭고 주둥이가 길면 → 갯장어 (하모)
- 색깔이 불그스름하고 미끌미끌하면 → 먹장어 (꼼장어)
- 갈색이고 뱀처럼 생겼는데 민물이면 → 뱀장어 (민물장어)
주문할 때 이것만 기억하세요!
- "장어구이" 먹으러 간다 → 뱀장어 (풍천장어집)
- 횟집에서 "아나고요" → 붕장어 회가 나옴 (바짝 마른 상태)
- 남도 여행에서 "하모 샤브샤브" → 갯장어 (비쌈, 여름 별미)
- 부산에서 "곰장어 소금구이" → 먹장어 (물고기 아님, 하지만 맛있음)
오늘 이야기 7줄 요약
- 이름에 "장어"가 붙은 생물은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 먹장어 네 종류입니다
- 뱀장어가 우리가 흔히 "장어구이"로 먹는 민물장어이고, 풍천장어도 같은 종입니다
- 붕장어는 일본어 아나고로 더 유명한 바다장어로, 회는 수분을 완전히 제거해서 냅니다
- 갯장어(하모)는 장어 중 가장 비싸고, 남도·일본 교토의 여름 별미입니다
- 먹장어(꼼장어)는 장어가 아닙니다. 척추뼈도 없고 턱도 없는, 5억 년 된 원시 생물입니다
- 뱀장어와 붕장어의 피에는 독성이 있어서 날로 먹으면 안 됩니다
- 가장 쉬운 구분법: 흰 점 줄 = 붕장어, 날카로운 이빨 = 갯장어, 불그스름 = 먹장어
일본 음식 이름이 헷갈리는 분들을 위한 시리즈, 이전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